(사)과학키움 조완규 이사장 인사말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발표되는 10월이면, 여러 친구가 한평생 과학 분야 교육과 연구에 시간을 보내 온 나에게 ‘우리나라에 노벨상 수상자는 언제쯤 나올 것인가’라고 묻는다. 30~40년 전에는 아직 멀었다고 대답하였다. 일제 통치에서 해방된 1945년 일본의 제국대학 이학사 학위를 취득한 우리나라 과학자는 단지 4, 5명이었다. 당시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이학부 5개 학과에 교수의 수는 단 14명이었고, 교육 및 연구 시설은 극히 취약하였다. 세계 최빈국이요 1950년에 터진 6.25 전쟁으로 고등교육 시설은 모두 파괴되었고 교수와 학생 다수를 잃었다. 그런 상황에서 노벨상을 바라는 것은 한낱 꿈이요, 우리와는 관계없는 일로 여겨 왔다. 1960년대 초 박정희 대통령은 과학기술이 배고픈 백성을 먹여 살리는 근원이라며 미국이 월남 파병 대가로 보내 온 600만 달러를 과학기술 연구기관인 KIST 설립에 투입하였다. 물론 서독 파견 광부, 간호사의 피땀 흘린 돈, 가발 팔아 번 돈 그리고 세계은행 차관금을 얻어 대덕연구단지를 조성하였고, 각종 과학기술관련 연구기관을 설립하였다. 초빙된 다수의 재미교포 과학기술자가 연구요원으로 활동하였고, 대학교수로 과학기술 교육에 진력하는 등 과학기술은 일시에 국제 수준급에 이르렀다. 결국 우리는 이제 노벨과학상 수상자 배출 가능성 그리고 그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다수 국가의 예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첫째, 노벨상 수상자 혹은 그 급의 과학자를 수시로 초청하여 우리나라 연구기관의 연구요원 및 대학교수 개별 연구과제의 자문 및 평가를 구하는 일이다.
이 같은 자문 및 평가를 거듭함으로서 그들에게 우리나라 정부 및 국민의 과학 풍토육성 의지를 체감할 수 있게 하여야 한다.
둘째, 노벨과학상 수상자 발굴 지원 체제를 갖추는 일이다. 그간 수행한 BK21와 IBS 사업은 우리의 과학기술력 신장에 크게 기여하였다. 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과학자가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다. 이들 중 우수 과학자를 발굴하여 집중지원 함으로서 국제적 학자로 양성한다. 또한 이들 과학자들을 스웨덴에서 개최되는 노벨상 시상식에 참여하게 하고, 노벨상 수상자 혹은 시상식에 참석한 세계 과학자와의 학술교류, 공동연구 등 친교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서 우리 과학자들이 세계 과학계에 부상할 기회를 갖도록 한다. 이에 소요되는 재원은 국가 혹은 과학육성에 관심이 있는 독지가의 후원금으로 충당한다.
셋째, 일반적으로 노벨상 수상자는 박사학위 과정 때 혹은 초기에 수행한 연구를 포함, 그 뒤 3∼40년의 연구업적을 평가하고 선정한다. 물론 연구가 창의적이고 그 결과가 인류사회 복지 증진에 기여하여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여야 한다. 십여 년 전부터 S-오일이 우수 이학박사 학위 취득자에 시상하고 있다. 이들 박사학위 취득자의 연구내용은 가히 세계수준급이다.이들이 대학교 교수요원 혹은 연구기관 연구요원으로 발탁되어 지속적으로 연구 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지원체제가 절실하다.
넷째, 연구과정은 고가인 최신 정밀기자재가 필요한 것이 아니고, 연구 환경에 따른 창의성이 필요하다. 즉 연구 재원의 양보다 창의성 여부가 연구 성과를 창출한다. 우리는 창의성이 우월한 민족이다. 충분히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다. 다만 그에 흡족한 연구 환경조성이 긴요하다. 다섯째는 노벨상 수상자 양성을 위한 교육체제 및 국민적 관심과 후원이 필요하다. 그동안 대학입시를 위한 주입식 교육풍토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여야 한다. 자연계의 현상에 대하여 항상 왜?, 어째서? 라는 의문을 바탕으로 한 토론 위주의 교육방식이 절실하다.
세계 저명한 과학자들은 어렸을 때 자연현상에 대한 해답을 찾는 일에 열중하였다고 한다. 초, 중등학생을 다루는 교육자는 이 점을 깊이 참고하여야 할 것이다.
최근 노벨상 수상후보자 발굴, 지원육성을 목적으로 하는 사단법인 ‘과학키움’의 발족을 준비하여 비영리법인으로 허가 등록하였다. 그동안 ‘과학키움’사업의 준비 중 번거로운 일과 정관 규정 제정 등에 헌신하고 있는 성용길 회장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사단법인‘과학키움’이 우리나라의 첫 번째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하는데 크나큰 기여를 하고, (사)과학키움이 대대로 노벨상을 배출할 수 있는 산실의 역할을 할 것을 다짐하며 이에 관심과 후원을 기대해 마지않는다.
이사장 조 완 규
서울대학교18대 총장, 교육부 장관 역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초대원장
대한민국학술원정회원
국제백신연구소 고문
노벨사이언스 명예고문
한국시니어과학기술인협회 고문